<서평> 한강, <소년이 온다> -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2024. 12. 25. 21:53책 서평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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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2014) 

작가: 한강

출판사: 창비

분량: 216

 

노벨상 수상 작가 한강의 대표소설 소년이 온다1980518일 개인이 겪는 광주에서의 며칠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그날 이후 살아남은 자들의 심적 고통을 다양한 시점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이 노벨상을 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작품인 만큼 인간성이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스로 존엄한 인간임을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성을 잃은 잔인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5.18 광주에서 시신이 안치되었던 곳에 있었던 동호와 은숙, 선주, 진수의 이야기를 시점을 달리하여 전달한다.

 

1인칭 시점: 2, 4, 6, 에필로그

2인칭 시점: 1, 5

3인칭 시점: 3

 

1장 어린 새

실려 오는 희생자들의 시신을 보관하는 곳에서 인상착의 등 시신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여 가족들에게 빨리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을 돕는 동호의 이야기를 마치 동호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2인칭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5월 날씨에 코피가 터질 것 같은 시취를 견디며촛불을 켜고, 애국가를 부르며 장례식을 치르는 사람들을 보며 집에 가자고 찾아온 엄마와 형을 보내고 그곳에 남기로 한 어린 중학생 동호. 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와 함께 시신을 닦아주던 고등학생 은숙, 같이 김밥을 나누어 먹던 선주, 필요한 물건을 사다주던 진수, 동호가 찾으러 나온 친구 정대와 그의 누나 이야기가 드러난다.

 

2장 검은 숨

누나를 찾으러 나왔다가 시위대와 합류하다 경찰의 몽둥이에 죽게 된 정대의 몸에서 빠져나온 혼이 죽은 몸뚱이들을 바라보며 서술하는 1인칭 시점으로 되어 있다. 군인들이 사망자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관찰하는 모습, 죽으면 몸에서 빛을 내며 영혼이 분리되는 과정, 자신의 육신이 남아 있을 때 누나에게 칠판 지우개를 가져다 줬던 날을 회상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동호를 로 지칭하며 죽음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1장에서 동호를 로 지칭하는 사람이 정대였음을 알게 한다.

 

3장 일곱 개의 뺨

동호와 함께 시신을 안치하던 곳에서 머물던 고등학생 은숙은 5.18 사건이 끝난 후 그런 끔찍한 죽음들이 있었던 곳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분수가 나오는 것을 못 견뎌하며 도청 민원실에 전화를 한다. 고교 졸업 후 대학을 중퇴하고 번역 서적을 찍어내는 출판사에서 일하는데 당시 출판물에 대한 검열이 심하던 시절 그는 경찰에 잡혀 뺨을 맞는 치욕을 느끼며 그날의 고통을 현재에도 느끼며 살고 있다. 소년 희생자를 기리는 글이 사전 검열에서 모두 검은 줄이 쳐진 채 돌아오는데 작가는 검열에 삭제되었던 부분을 대사가 들리지 않게 입만 달싹거리며 연기를 하는 것으로 무대에 올린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3번이나 교정을 봐서 대사를 외우다시피 한 은숙은 연극 속 소년 희생자를 추모하는 장례식을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며 동호를 떠올린다.

 

4장 쇠와 피

23살 교대 복학생으로 김진수와 함께 도청 소회의실에 남아 있다가 같은 감방 생활을 했던 사람의 진술이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모나미 볼펜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고문을 하여 뼈가 드러나고 진물이 흐르던 기억. 소년 동호와 고등학생들을 향해 조준 사격을 하며 웃던 그 잔인하고 가혹한 군인들. 감방에서 함께 했던 김진수는 출소 후 자살을 하고 어린 소년이던 영재는 정신 병원을 가게 된다. 살아남았다는 치욕과 싸우며 살아가는 그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5장 밤의 눈동자

2000년 방사능 물질이나 암과 백혈병을 유발하는 산업용 독성 물질, 생태계를 파괴하는 토목 사업 등에 대한 자료들를 녹취하고 기록실에 분류 보관하는 단체에서 일하는 43세 임선주를 2인칭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중학교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부터 여공으로 일하던 그녀는 청계 피복 노조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던 경찰에게 배를 차여 장파열이 되고 공장에서 해고된다. 광주의 한 양장점 미싱사로 일하다가 5.18 현장에 있게 되고 계엄군에게 끌려가게 되는데 과거의 노조 경력 때문에 빨갱이로 몰려 끔찍한 고문을 받아 하혈을 하고 남자와 접촉할 수 없는 불임이 되어 현재까지 고통받고 있다. 광주의 일을 증언해달라는 요청을 받지만 선뜻 증언하지 못하고 있다.

 

6장 꽃 핀 쪽으로

5.18 때 희생된 동호의 어머니의 1인칭 시점으로 동호의 어린 시절부터 동호가 죽은 후 현재까지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을 서술하고 있다. 동호가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천변을 걸으며 꽃 핀 밝은 쪽으로 걷자던 말을 회상한다.

 

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

작가가 어릴 적 살았던 광주집에 살던 학생의 죽음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글로 쓰게 되는 과정, 그 처참하고 끔찍한 일들을 조사하며 느낀 심정을 사실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5.18 광주는 과거 역사적 사건의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반복되는 고립된 것,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으로 인식된다.

 

한강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든 생각은 작가란 너무 힘든 직업이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사건과 일들에 대해 그곳에 있었던 사람이 되어 그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고 그것을 글을 표현하며 세상에 알리는 것은 위대하고 숭고하다.

작가는 노벨상 수상 소감에서 예전부터 가졌던 물음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소설을 읽으며 그럴 수 있다는 답을 찾을 수 있게 된다. 현재와 과거는 계속 연결되어 있으며 과거를 통해 현재의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우리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의 위대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위대한 책으로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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