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8. 13:01ㆍ책 서평 독후감

이처럼 사소한 것들(2023)
작가: 클레어 키건
번역: 홍한별
출판사: 다산책방
분량: 131쪽
가격: 13,800원
최근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면서 '막달레나 세탁소'에 관한 유튜브 영상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타락한 여성을 수용한다는 명분으로 카톨릭 교회가 운영하고 아일랜드 정부가 지원한 '막달레나 세탁소'는 1996년까지 운영되었던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인권 유린의 아픈 역사라 할 수 있는데 이 소설에서 작가는 '아일랜드의 모자 보호소와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고통받았던 여자들과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바칩니다. '라고 헌사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을 잃을 수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선택을 그려낸 소설로 역대 부커상 후보 중 가장 짧은 소설이라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소개한다.
줄거리
1985년 성탄절을 앞둔 초겨울, 아일랜드는 경기 불황으로 문닫는 회사가 많아지면서 젊은이들은 런던이나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사람들은 겨울을 버티기가 어려운 시기였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빚없이 석탄과 장작을 파는 사업을 하는 펄롱은 아내 아일린과 반듯하게 자라고 있는 딸 다섯을 둔 건실한 가장이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난 펄롱은 미시즈 윌슨의 집에서 자랐는데, 미시즈 윌슨은 임신으로 가족들도 외면하던 펄롱의 엄마를 해고하지 않았고 그의 아들 펄롱에게 글도 가르쳐주고 건실한 삶의 자세를 가르쳤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결핍의 경험들은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현재에도 문득문득 떠올라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지극히 현실적이며 가족에게 헌신적인 아내 아일린은 펄롱의 어지러운 감정을 알아채고 가족만 생각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간 날, 펄롱은 자신을 데리고 나가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를 보게 되고 다음 배달을 갔을 때는 석탄 광에 갇혀 있는 소녀 세라를 보게 된다. 세라는 14주된 아이를 낳은 미혼모인데 수녀들이 아이를 데려갔고 아이에게 젖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로 그곳 생활을 감내하고 있었다. 수녀는 아이들의 장난이었고 사소한 실수라 말하지만 젖이 불어 블라우스를 적시는 소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나온 것에 대해 그는 괴로워한다. 미혼모였던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수도원은 거대한 권력이고 그의 딸들이 진학할 학교와도 관련이 있으므로 모른 척해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펄롱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수도원으로 가서 세라를 데리고 나온다. 묘한 기쁨과 앞으로의 일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인상적인 구절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P.44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 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그래야 계속 살지." p.56.
"하지만 만약 우리 애가 그중 하나라면?"
펄롱이 말했다
"내 말이 바로 그거야."
아일린이 다시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걔들은 우리 애들이 아니라고." p.57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p.119
비평
이 소설에서 펄롱은 미시즈 윌슨이 자신에게 보여준 친절과 격려,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이 자신의 삶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빈주먹만도 못한 상태로 태어났지만 이런 보이지 않는 사소한 것들이 그를 만든 것이다. 한편 수녀원장은 세라가 겪은 일을 '아무 것도 아닌 일'이라고 말한다. 그 끔찍한 일들을 사소한 일로 취급하는 모습에서 독자는 분노를 느낀다. 결국 이 소설에서 '사소한 것들'은 '사소하지 않은 일'의 반어적인 표현인 것이다.
작가는 가난한 이웃을 대하는 펄롱과 아일린의 대조적인 관점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도 '내가 만약 저 상황이라면'이라는 가정을 하게 만든다. 거대 권력 앞에서 자신이 가진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이가.
펄롱이 세라의 고통을 타인의 삶으로 치부하지 않고 용기를 낸 것에 박수를 보낸다.
이 소설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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