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인종 차별 속 버디무비 로드무비 '그린 북' 줄거리 및 영화 뒷이야기

2023. 1. 26. 00:10영화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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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인종 차별'이다. 지금은 흑인 대통령까지 배출했던 경험을 가졌기에 차별이 많이 없어졌다지만 아직도 '백인우월주의'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을 당연히 여기는 여러 행위들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영화 '그린 북(Green Book)'은 1962년 미국 내의 '인종 차별'이 만연한 시대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두 사람의 우정을 다룬 버디 무비(Buddy movie)이며, 주인공이 이동해 가는 경로를 쫓아가면서 줄거리가 진행되는 로드 무비(Road movie)의 대표작으로 잔잔한 감동을 원하는 분에게 강추한다.

줄거리

1962년, 뉴욕 브롱스의 나이트클럽 종업원이자 해결사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 扮)는 아내와 두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다. 그는 당시 백인 사회의 주류가 아닌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친척들과 가까이 지내서 그의 집은 늘 북적북적하다. 그는 흑인수리공이 마신 컵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인종 차별적 면모를 가지고 있다.

클럽이 두 달간 문을 닫게 되자 토니는 생계를 위해 핫도그 먹는 내기를 하거나 시계를 전당포에 맡겨 돈을 마련해야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된다. 우연한 기회로, 박사의 운전기사 모집에 응하게 되는데 카네기 홀에서 만난 박사는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扮)였다. 교양과 품격을 갖춘 셜리는 처음에 옷 다림질과 구두닦이 등의 시중까지 들어줄 집사를 원했지만 토니가 운전기사만 하겠다고 박차고 나가자 매너 있게 아내 돌로레스에게 직접 허락까지 맡으며 운전기사로 채용을 한다.

토니는 공연 기획사 담당자에게 '그린 북'을 건네받고서 베이시스트 올레그, 첼리스트 조지와 함께 투어를 시작하는데 당시의 시각으로 흑인 보스와 백인 운전기사는 낯선 관계라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다. 또 토니와 셜리 두 사람은 성격, 취미 등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 첫 만남부터 계속 삐걱댄다. 셜리는 행사에 함께 해야 할 토니의 불량한 태도와 말투 등을 고쳐주려 하지만, 토니는 변할 생각이 없다. 그래도 토니는 자기가 맡은 일에는 충실해서, 셜리를 위해 피아노를 교체해주기도 하고 그의 운전자로서 최선을 다하며 셜리는 토니가 아내에게 편지 쓰는 것을 도와준다. 격식을 차리고 교양 있게 접시에 담긴 음식만을 먹던 셜리가 토니가 건네준 켄터키치킨을 먹어보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낸다.

미국 남부 지역에 만연한 인종차별은 순회공연 내내 셜리를 괴롭히게 된다. 관객은 피아니스로서 셜리의 공연에 박수를 보내지만 공연이 끝나면 그는 한 명의 흑인에 불과한 처지로 여러 차별을 당한다.

바에서 백인 양아치들에게 폭력을 당하거나, 양장점에서 흑인은 정장을 사기 전에 입어보는 건 안 된다고 거절당하거나, 저택 화장실 대신 야외에 있는 화장실을 쓰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셜리는 미련 없이 가게를 나가거나 30분 거리의 숙소에 가서 용변을 보는 등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공연을 이어가는데, 토니는 그런 모욕을 참을 수 없어 욱할 때가 많다. 같이 투어를 하던 올레그는 셜리가 그냥 북부 지역 투어만 했다면 지금보다 3배 많은 페이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인종 차별의 벽을 깨고 싶은 마음에 굳이 남부 투어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을 해준다.
어느 날, 셜리가 YMCA 클럽에서 남자와 같이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되는데, 토니가 그들을 잘 구슬리는 해결사 기질을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식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조금씩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마음을 열게 된다. 두 사람은 술을 마시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다. 셜리는 자신이 걸음마를 떼자마자 피아노를 시작했고, 유명 음악 학교에 흑인 최초로 입학해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대중음악을 한다고 이야기하고 토니는 "당신의 음악은 당신만 할 수 있다"라고 격려한다.

얼마 후,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길에 불시검문을 받게 되는데,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도 모자라 이탈리아 이민자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던지는 백인 경관을 토니가 폭행을 하게 되고 둘은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다. 셜리는 토니에게 폭력으로는 이길 수 없고 품위가 결국 이긴다고 말한다. 셜리는 자신이 벌인 일이 아님에도 단지 검둥이라는 이유로 자유를 박탈하고 변호사와 연락할 권리마저 뺏기는 건 부당하다며 경관들에게 호소하고, 겨우 전화 한 통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잠시 후 서로 농담을 주고받던 경관들 사이에 전화벨이 울리고 서장이 전화를 받게 되는데, 금세 사색이 되어 어쩔 줄을 몰라한다. 그에게 전화한 사람은 주지사였고, 셜리가 연락한 인물은 바로 바비 케네디. 둘은 곧 풀려난다.


위기를 벗어나 예정된 공연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차 안에서 셜리는 절제를 하지 못하고 감정대로 행동하는 토니에게 화를 낸다. 이에 토니는 "겉만 흑인이지 전혀 그들을 모르고 어울리지도 못하는 당신보다는 밑바닥 삶을 살아온 내가 더 흑인에 가깝겠다!"라고 대꾸한다. 이에 화가 난 셜리는 차에서 뛰쳐나가, 자신은 백인들 앞에서 우아하게 피아노를 치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난 그저 검둥이일 뿐이고, 흑인들 사이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해 모든 것을 혼자서 참고 감내하고 있다고 울부짖는다. 그날 밤, 한 방에서 잠을 자면서 토니는 셜리에게 연락을 끊었다는 동생에게 먼저 연락을 해보라고 권유를 하고, '세상에는 먼저 다가서는 걸 두려워해 외로운 사람이 많다'는 말을 해준다.


투어의 마지막 공연. 그러나 그곳은 공연복 환복할 장소가 식당 옆 허름한 창고인 데다, 지배인은 디너쇼의 메인 연주자 셜리를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곳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수 없다고 제지한다. 토니는 마지막 공연을 망칠 경우 예정된 보수를 다 받을 수 없는 입장이었지만, 셜리를 데리고 백인 클럽을 박차고 나간다. 근처 허름한 흑인 클럽에 들어가 즐겁게 음식을 먹는 그들. 토니가 바텐더에게 셜리의 즉흥 연주를 제의하고, 스타인웨이 피아노로만 연주하던 셜리는 클럽 무대의 낡은 피아노로 즉흥 연주를 하게 된다. 재즈 연주자들이 동참하며 클럽의 모든 사람들이 축제를 즐긴다.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셜리의 돈을 노린 흑인들이 셜리의 차를 털려고 하자 토니는 공중에 총을 쏴서 그들을 쫓아낸다.

토니는 크리스마스이브까지 뉴욕으로 돌아가기 위해 폭설이 내리는 악천후를 뚫고 운전을 하는데 또다시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게 된다. 백인 경관의 퉁명스러운 어조에 지난번 일이 겹쳐지며 긴장하던 중, 경관은 뒷바퀴가 펑크가 나 차가 기울어진 채 운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타이어 교체까지 도와준다. 또 크리스마스 인사까지. 경관의 훈훈한 행동에 둘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듯한 마음으로 여정을 계속한다.
하지만 토니는 혼자 운전을 하다 보니 너무 피곤하여 크리스마스이브에 도착하는 것을 포기하고 숙소에 묵자고 하는데, 셜리는 토니를 뒷좌석에 재운 뒤 자신이 직접 눈 속을 운전해 뉴욕에 도착한다.
토니는 셜리에게 같이 올라가자고 하지만 셜리는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만 하고 돌아선다.


토니의 집은 크리스마스 파티로 북적이지만 토니는 맘이 편하지 않다. 친척들이 셜리를 폄하하며 농담을 하자 토니는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정색을 한다. 그 순간 손님이 찾아오는데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전당포 주인 찰리 내외와 셜리였다. 이방인들의 출현에 가족들은 잠시 당황해 하지만 이들을 환대한다. 셜리는 토니의 아내에게 "두 달 동안 남편을 빌려줘서 고마웠습니다"라고 말하고 토니의 아내는 셜리를 안아주면서 "편지 도와주신 거 고마워요."라고 속삭이며 미소 짓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에필로그에는 이 영화의 실제 모델인 인물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된다. 돈 셜리와 토니 발레롱가는 이후에도 우정을 유지하다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린 북>

그린 북은 1933년부터 1966년까지 발행된 흑인 운전여행자들을 위한 안내 책자라고 한다. 인종 차별이 한창일 때 흑인이 묵을 수 있는 숙소와 흑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나 주유소 등의 시설을 표시해 둔 책자. 지금 보면 뭐 그런 것이 있을까 싶지만 당시 인종 차별을 당연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시대에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야 했던 유색인종들의 박탈감은 어땠을지 먹먹하다. 셜리는 폭력으로는 이길 수 없으므로 끝까지 품위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 상황에서 품위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뒷 이야기


* 영화 속 주인공 토니 발레롱가의 아들인 닉 발레롱가가 이 영화의 각본 작가이며 제작자라고 한다. 이 영화에는 토니의 실제 두 아들이 출연했다.

왼쪽 닉 발레롱가(작가, 제작자. 마피아 두목 역) / 오른쪽 프랭크 발레롱가(친척 역)

* 토니 역을 맡은 비고 모텐슨은 이 영화 촬영을 위해 20kg 을 찌웠다고 한다.

비고 모텐슨 (왼쪽 반지의 제왕에서의 아라곤 역 / 오른쪽 20Kg 살찐 토니 역)

* 돈 셜리 역을 맡은 마허샬라 알리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전문가(크리스 보워스)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았고 영화에서 연주하는 곡들을 마스터 한 뒤 촬영에 임했다. 그러나 클로즈업되는 손은 마허샬라의 손이 아니라 크리스 보워스 손이라 한다.


* 돈 셜리의 유가족은 영화 속에서 돈 셜리가 동생과 연을 끊고 사는 설정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가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고, 흑인 사회와도 거리를 두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돈 셜리와 토니 발레롱가는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유가족의 동의 없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인종 차별이 만연한 시대 품격을 지키는 엘리트 흑인의 차별과 모욕의 현장을 보며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극의 초반부에 흑인이 사용한 컵을 버리던 토니는 셜리와의 여행을 통해 흑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나 진한 우정을 느끼는 사람으로 변화되었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볼 수 있는 너그러운 사람들이 되라는 울림을 주는 따뜻한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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