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독후감> 땀흘리는 소설(김혜진 외)

2023. 1. 23. 00:05책 서평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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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는 소설』은 현직 교사들이 문학 수업을 통해 노동에 대한 이해를 가르치고 싶어 엄선한 소설들을 엮은 책이다. 독자들이 어떤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은 어떤 가치가 있고 어떤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엮은 작품들이라 앞으로 직장을 구하고 일을 해야 하는 학생들과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소설은 어비(김혜진), 가만한 나날(김세희), 기도(김애란), 저건 사람도 아니다(서유미), 어디까지를 묻다(구병모), 코끼리(김재영), P(윤고은), 알바생 자르기(장강명)이다.

이 소설 속에는 일을 하고 싶어하나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BJ가 되어 별풍선을 위해 의미 없는 행동들을 하는 사람,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나름 성과를 내며 살았지만 자신의 일이 뜻하지 않게 누군가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 것을 알고 고민하는 사람, 몇 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언니를 둔 과외를 하며 살아가는 젊은이, 육아와 직장 생활에서 늘 찌들어 사는 워킹맘, 감정노동자인 콜센터 직원, 이주노동자, 회사의 강요로 임상시험에 참가하여 산재를 당한 사람, 알바생 등 다양한 젊은이들이 등장한다.

이 작품들은 모두 나름의 반전이 있거나 내가 이전에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어 참신한 충격을 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또 우리 사회의 그늘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뒤끝이 개운하지 않은, 그래서 마음이 좀 먹먹하고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한다.

 

‘가만한 나날’의 주인공은 마케팅 회사에 취업을 하는데 그들의 일은 가짜 블로그를 운영하며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었다. 요즘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나 블로그 등의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많은 불편한 일들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돈을 받고 제품 후기를 그럴싸하게 남겨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이러한 일들이 마케팅 회사에서 번듯하게 행해지는 ‘일’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은 걸 보면 나도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직업은 일차적으로 돈을 버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일을 통해 자아실현의 기회도 얻고 자기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만 말을 했었는데 모든 것이 경제적 논리가 우선되는 상황 속에서 도덕성과 정의로운 삶에 대한 가치관을 먼저 정립할 수 있도록 생각할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필요함을 느낀다.

이 작품들 중 워킹맘으로서 그나마 유쾌하게 읽은 작품은 서유미의 ‘저건 사람도 아니다’였다. 직장 생활과 육아 및 가사 일을 병행하며 사느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는 자책들을 수없이 했던 나의 지난 날들이 겹쳐지며, 그 해결을 ‘트윈 사이보그’를 통해 찾는 좀 황당한 설정과 직장에서 늘 완벽한 모습이었던 동료도 같은 상황이라는 마지막 부분의 반전이 나름 참신했다.
어쩌면 미래에는 이런 세상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할 수 있어 재미있었다. 무한 경쟁 속에서 완벽한 슈퍼우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현대인들, 완벽하고 싶지만 아무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사는 우리들의 모습에 진짜 완벽한 것은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소설은 깨닫게 해준다. 주인공의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트윈 사이보그’는 결국 주인공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
우리는 누구나 완벽할 수 없고 허점이 많은 존재들이라는 걸 인정하고 모든 걸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라는 걸 이해하며 주변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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