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4. 22:38ㆍ시 감상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작가: 한용운
독립운동가 겸 승려, 시인. 일제강점기 때 시집《님의 침묵(沈默)》을 출판하여 저항문학에 앞장섰고, 불교를 통한 청년운동을 강화하였다. 종래의 무능한 불교를 개혁하고 불교의 현실참여를 주장하였다. 주요 저서로 《조선불교유신론》 등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한용운 [韓龍雲]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의지적, 여성적 |
제재 | 임과의 이별 |
주제 |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부정적 현실에 대한 극복 의지 |
특징 | ① 경어체를 사용하여 여성적 어조를 느낄 수 있음. ② 역설적 상황 인식을 통해 주제를 표출함. |
▪ 작품의 구성
1~4행 | 임과의 이별 (임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놀람) |
5~6행 | 이별 후에 느낀 슬픔 |
7행의 ‘그러나’에서 슬픔에 대한 인식이 전환됨. | |
7~8행 | 슬픔의 힘을 희망적으로 전환시킴. |
9~10행 |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다짐함. |
▪ 표현상의 특징
감각적 심상 | 다양한 감각적 심상을 사용하여 대상을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함. |
역설법의 사용 | 재회에 대한 강한 믿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하여 강조함.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
▪ 작품의 배경 사상
불교의 윤회 사상 |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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