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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기형도 '엄마 걱정' 감상 및 정리

by 빡빡이네 2023.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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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감상>

어른이 된 화자가 어린 시절의 외롭고 고달팠던 기억을 회상하는 내용의 시이다. 어린 화자는 빈방에서 날이 어두워지도록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고 있고 그 시절을 떠올리는 어른 화자는 안타까움과 서글픔을 느끼고 있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 밥처럼 방에 담겨' 라는 표현을 읽으며 혼자 있는 어린 화자의 외로움과 기다림이 느껴져 가슴이 미어져 온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을 보면 엄마는 평소 늦은 시간까지 장사를 하고 많이 지쳐서 시든 배추처럼 타박타박 걸어왔을 거다. '금 간 창 틈'으로 빗소리는 들리고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이는' 어린 아이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이 시를 읽으며 아이들만 두고 나갔던 옛날 일이 생각났다. 또 막내의 어린이집에 시간에 맞춰 가지 못할 것 같아 초등학생 언니에게 동생을 데리러 가라고 부탁을 했는데 아이가 노느라 동생을 데리러 가야 한다는 것을 잊어 버렸던 일. 어린이집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달려갔더니 아이가 눈물을 글썽이고 있던 그날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 시는 독자들에게 엄마를 기다리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나 자녀를 두고 일을 해야 했던 날들의 기억을 불러 일으키며 아이의 외로움, 무서움, 기다림, 슬픔 등의 감정을 감각적으로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는 아름다운 시이다. 

 

<작품 정리>

1. 갈래: 자유시, 서정시

2. 성격: 회상적, 감각적, 묘사적

3. 구성

1연 빈방에서 밤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홀로 기다림.(과거)
2연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안타까움과 서글픔을 느낌.(현재)
4. 주제 : 빈방에서 혼자 엄마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외로움과 서글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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