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수, 아침 이미지1

2023. 1. 24. 00:10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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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物象)을 돌려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의 잔치에

()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을 한다.

 

<감상>

이 시에서 시인은 어둠과 아침이라는 일상적인 대상을 주제로 그것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그려 아침의 생동감 넘치는 풍경을 표현해 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둠은 시련이나 고통 등의 부정적 의미를 지니지만 이 시에서는 생명을 잉태한 건강한 이미지로 보고 있다. 아침이 되어 빛 가운데 드러난 세상의 만물들은 어둠이 낳은 것으로, 태양의 축복을 받으며 즐겁고, 힘차고, 기쁨에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행) 어둠의 생명력과 여명이 밝아 오는 과정이 표현된 부분으로, 물상이 생성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때 어둠은 아침과 표면적으로는 대립되지만 생명을 잉태하고 성장을 준비하는 기간, 만물을 생성하는 긍정적 이미지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어둠이 낳는 , , 등의 시어는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한다기보다는 만물을 대표하는 추상적인 의미로 보아야 한다.

또한, 1~2행을 행간 걸림으로 배치한 것이 눈에 띄는데 낳고2행의 첫 어절로 배치함으로써 독자의 시선을 끌고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시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3~5행) 어둠이 소멸되어 물상들이 회복됨을 표현한 부분으로, 이때 물상은 , , 등을 비롯한 만물을 의미한다. 어둠을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스스로 땅 위에 굴복한다라고 표현한 활유법을 통해 생성을 위한 소멸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6~8행) 생동하는 아침의 활기찬 모습을 나타낸 부분이다. ‘무거운 어깨는 밤사이 물상들을 덮고 있었던 어둠의 중량감을 묘사한 것이다. 이를 털어내고 물상들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라고 한 것은 아침을 맞아 활기차게 움직이는 물상들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9~10행) 온갖 물상이 희열과 조화 속에 드러남을 즐거운 지상의 잔치라고 표현하여 아침이 되어 움직이는 만물에 대한 경이감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금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에서는 공감각적 심상(시각의 청각화)을 사용하여 절정의 생동감을 나타내며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형상화하고 있다.

(11~12행)아침의 신비로움을 개벽이라는 시어로 집약하여 시상을 응결시키고 있다. 새롭게 밝은 세상을 바라보는 화자의 경이감이 드러나며, 늘 반복되는 아침이 아니라 항상 새롭게 태어나는 아침임을 강조하고 있다.

 

<작가>

박남수(1918~1994) 평양 출생. 정지용의 추천을 받아 문장에 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선명한 이미지와 그것을 통한 순수성의 지향이 시적 특색이며, 감각과 인식의 조화로 언어를 자각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주요 시집으로 초롱불, 갈매기 소묘, 신의 쓰레기, 사슴의 관, 그리고 그 이후등이 있다.

 
<작품 개관>
 
갈래 현대 시, 자유시, 서정시 성격 주지적, 회화적, 관조적
주제 즐겁고 생동감 넘치는 아침의 이미지
특징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이 전개됨.
아침을 맞는 물상들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함.
지적이고 절제된 어조를 사용함.
 
 
<시어의 의미>
 
무거운 어깨 어둠이 걷히기 전 어둠 속에 있는 물상의 모습
노동의 시간 어둠이 걷혀 아침이 오기까지의 시간, 건강한 생명력의 시간
즐거운 지상의 잔치 활기차고 밝은 아침의 모습
()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생동감 넘치는 아침이 절정에 이른 모습
 
<심상>
 
시각적 심상 어둠은 온갖 물상을 돌려주지만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여
공감각적 심상
(시각의 청각화)
금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표현 방법과 효과>

표현
방법
효과
활유법 어둠이 물러가고 사물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을 생물의 출산 과정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어둠을 만물을 포용하고 잉태하는 생명의 모태로 인식하게 함.
대유법 , , 은 온갖 사물, 즉 물상들을 대표하는 시적 대상으로,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을 구체화함.
반복법 낳고’, ‘낳는다가 반복됨으로써 의미를 강조하고 리듬감을 형성함.
행간
걸림
낳고를 행의 첫 어절로 배치하여 독자의 호흡을 빼앗고 긴장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시적 의미를 강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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