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서평 독후감

<독후감, 편지 형식> 지구 끝의 온실(김초엽)-윤리성을 상실한 과학기술 발전의 위험성

빡빡이네 2023. 1. 1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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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성을 상실한 과학 기술 발전의 위험성

김초엽 작가님께

안녕하세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통해 처음 작가님을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 장편 소설 지구 끝의 온실을 통해 작가님을 다시 만날 수 있어 참 기쁩니다.

지구 끝의 온실도 과학적 상상력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상상해 보고 현재 우리의 삶을 성찰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공상과학소설이라 낯설면서도 흥미로웠고 결국은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하는 감동이 있는 작품이라 이 작품을 읽고 이렇게 작가님께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죽어버린 동식물이 있는 끔찍한 숲에서 원초적인 생존을 위해 도피처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첫 장면부터 좀 충격이었어요. 과학이 발전하면 우리의 삶은 더 발전하고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의 미래가 이런 재앙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너무 끔찍했어요.

그린테크놀로지의 일환인, 나노 입자를 통해 유기물을 친환경적 단위 물질로 되돌리겠다는 솔라리타 연구소의 놀라운 연구가 결국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자가증식을 하는 더스트를 만들어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인간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전한 공간을 차지하려고 서로를 위협하고 죽이며 생활보조용으로 만들어진 친근한 로봇들에게조차 무기를 장착하여 사람을 사냥하게 만드는 무자비한 세상. 내성이 생긴 사람들의 피를 뽑아 목숨을 부지하려 하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돈을 받고 인간 사냥꾼이 된 이기적인 인간들. 이것이 우리의 미래 모습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두려움도 생기더라고요..

물론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거의 없는 사이보그 인간, 번역기를 통해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 좌표를 찍어 이동할 수 있는 호버카, 영양 캡슐 등 미래 기술을 상상할 때는 그런 미래 기술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절하게 생존을 위해 약육강식의 원시 생태계보다 끔찍한 곳에서의 삶을 사는 미래 지구인을 생각하면 윤리성을 상실한 과학의 발전은 정말 조심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더스트를 만들었던 솔라리타 연구소는 살아남은 사람들도, 살 수 있는 장소도 얼마 남지 않았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들의 실책을 인정하고 더스트에 대한 모든 자료를 공개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더스트대응협의체는 더스트 제거 대응책인 디스어셈블러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었죠.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문제를 일으켰던 연구소가 문제 발생 즉시 자신들의 실책을 인정하고 자료를 공개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을 해 봤어요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결국 개인이나 단체의 이기심이 우선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 글에서 더스트 농도를 막아내는 식물 모스바나가 나와요. 유기체가 30%도 되지 않는 사이보그 인간 레이첼이 프림 빌리지의 온실에서 유전자 조작을 해서 만들어낸 이 식물은 더스트를 뭉치게 해서 대기 중의 더스트 농도를 떨어뜨리게 되죠.

지수는 레이첼을 설득해서 이 식물을 온실 밖에 심었고 결국 돔을 설치하지 않고도 더스트 폭풍을 무사히 견딜 수 있었어요. 물론 이것 때문에 다른 식물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 마을 사람들은 갈등을 겪지만요. 모든 대안 공동체들이 겪었던 마을의 형성, 짧게 지속되는 평화의 순간, 그리고 곧 이어지는 갈등과 배신, 공동체의 파국, 죽음과 종말이 프림 빌리지에도 찾아오지만 그 공동체 일원들은 각자의 호버카에 모스바나를 싣고 그들이 정착한 세계 곳곳에 모스바나를 심게 되죠. 그들은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각자 약속을 지켜 프림빌리지를 재현하기 위해 모스바나를 심었고, 이 모스바나가 더스트 제거 대책이 성공하기까지 더스트 농도를 줄여줬던 거지요. 더스트 시대에 생태계의 우점종이 되었던 모스바나는 더스트가 종식되고 그로 인한 피해가 사라지자 다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여 인간과 공존하게 돼요. 레이첼의 말을 빌면 ‘모스바나는 자연인 동시에 인공적인 것이며 다시 자연의 일부로 진입’한 것이죠.

작가님 덕분에 저도 피라미드형 생물관에 종속되어 있었음도 깨닫게 되었어요.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은 식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 식물들은 동물이 없어도 얼마든지 종의 번영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인간이 최고라고만 여기던 것이 오만이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죠. 인간은 자연을 통해 배우고 자연 앞에 겸손해져야 하는 것임을 소설을 통해 배우게 되었네요.

작가님, 작가님은 과학을 공부하신 분이라고 알고 있어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과학의 미래는 어떤 것인가요?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다 해도, 사이보그 인간이 나온다 해도 결국 인간성을 잃지 않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 같아요. 아마라와 나오미가 그랬던 것처럼. 지수와 레이첼이 그랬던 것처럼요.

, 이 작품의 주요 인물들이 거의 다 여자들이라는 것도 참신하네요.

좋은 작품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OO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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