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편지글> 쇼코의 미소 - 가족이라는 따뜻한 이름
교보교육재단의 <2022 제6회 책갈피 청소년 독서편지 공모전>에 응모했던 막내딸의 독후감을 소개한다.
이 글로 동상을 받았다.^^
주인공 ‘소유’ 언니에게
언니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소설 ‘쇼코의 미소’를 읽고 누구에게 편지를 쓸까 고민을 했었어. 이 책은 언니가 고등학교 때 만난 ‘쇼코’ 언니와의 인연을 중심으로 가족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화해를 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좋은 작품 같아. 언니가 느꼈던 감정들에 공감이 많이 되어 언니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어.
언니는 처음에 엄마와 할아버지를 ‘작동하지 않아 해마다 먼지가 쌓이고 색이 바래가는 괘종시계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지. 아무런 목표도 없이 그 자리에서 멈춰 선 사람이라고. 쇼코 언니 앞에서 눈을 반짝이며 웃는 엄마와 말이 많아진 할아버지가 낯설게 느껴지고, 나중에 세상적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무기력해진 언니의 자취방으로 찾아와 언니를 응원하는 할아버지가 할아버지답지 않다고 표현한 걸 보면 언니는 가족들과 깊은 대화를 하지는 못하고 나름대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겨우 일주일을 함께 한 쇼코 언니는 언니와 할아버지에게 정말 큰 영향을 준 것 같아. 언니는 쇼코 언니의 말대로 영화를 만들고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 되었고, 할아버지는 언니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도 솔직하게 편지로 써서 쇼코 언니와 대화를 할 수 있었으니까.
쇼코 언니도 마찬가지였어. 함께 사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집착한다며 함부로 말을 내뱉고 상처를 주었지만 한국에서 일주일을 함께한 언니의 할아버지에겐 편지를 통해 속마음을 다 말할 수 있었으니까.
가족은 그런 것 같아. 늘 같은 모습으로 함께 하지만 서로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무뚝뚝한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돌아서면 후회를 하지만 바로 화해를 하기에는 또 멋쩍기도 한 관계. 할아버지를 간병하고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비로소 언니의 가족은 서로 화해할 수 있었잖아. 쇼코 언니도 우울증에서 겨우 회복되고 나서야 할아버지가 자신을 지켜주는 분이란 걸 알게 되었지.
어쩌면 언니나 할아버지에게 쇼코 언니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기에 더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마음을 나누는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요즘 부모님이 가끔은 답답하기도 하고 부모님 나름대로 표현하는 사랑의 방식이 짜증이 나서 말을 함부로 할 때가 있어. 내가 사춘기니 이해하자고 하는 말까지도 듣기가 싫어. 하지만 나도 나중에 언니처럼 서른이 넘으면 어른들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두 달 전 우리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 그러고보면 나도 할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 언니도 할아버지에게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는 걸 몰랐던 것처럼. 나도 우리 할아버지를 낡은 괘종시계처럼 생각했던 것 같아. 할아버지에게도 나와 같은 청소년 때가 있었고 꿈이 있었고 젊은 시절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이제야 할 수 있게 되었어.
나는 지금 내가 아는 것만으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평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특히 가족들에 대해 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모님의 꿈은 무엇이었고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쑥스럽지만 물어보고 부모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대화를 해 봐야겠어.
언니 덕분에 나의 가족을 돌아보게 되어 다행이야. 언니도 앞으로 자신 있게 언니의 길을 가길 바랄게. 언니와 쇼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성공했으면 좋겠어. 집 잃은 소녀가 쥐로 변하는 그런 이상하고 우울한 영화보다는 가족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를 만들어줘.
언니의 삶을 응원할게.
2022. 11. 18
00이가.